제38회 전국만해백일장 만해대상 작품(흔들리다) > 만해백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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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회 전국만해백일장 만해대상 작품(흔들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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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대한불교청년회 작성일17-04-12 17:18 조회163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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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다

 

 

고등

한 의 진

 

강기태씨는 나가면서 흔들거렸다. 물론 진짜 그랬을 리는 없겠지만 내 눈에는 그렇게 보였다. 그가 나가고 난 뒤 이전에 냉랭했던 분위기완 달리 사람들은 대화를 주고 받았다. 그 중에는 그에 대한 이야기도 있었는데, 물론 좋은 이야기는 아니었다.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자 나는 팀장님 주도하에 이루어졌던 주말 등산의 기억이 났다. 생리통이나 가족행사를 핑계로 오지 않은 몇몇 여직원들을 제외하고 모두 참석했기에 당연히 강기태씨도 포함되어 있었다. 정신통일과 단합을 목적으로 이루어진 등산에서 나이가 가장 많았던 강기태씨와 등산에 익숙치않았던 나는 자연스럽게 속도가 늦어지더니 어느새 둘만 남게 되었다. 그는 보는 사람이 나밖에 없는데도 계속해서 산을 올랐고, 나는 그런 그를 말 없이 뒤따랐다. 산의 중턱인지 정상인지 분간도 안 될 정도로 숨이 찼던 우리 앞에, 봉우리와 봉우리를 이어주는 긴 다리가 나타났다. 계속 그랬듯이 그가 먼저 다리를 밟았고 나는 그 뒤를 따랐다.

다리의 중간 쯤 왔을 때 그는 자신의 손목만한 굵은 줄을 잡고 몸을 앞뒤로 기울이면서 체중을 실기 시작했다. 그의 움직임에 따라 다리가 조금씩 휘청거렸다. 내 몸은 중심을 잡기 위해 양쪽 줄을 잡고 그 자리에 우뚝 섰다. 다리 아래엔 아찔한 낭떠러지가 있었다. 고래를 들어보니 짖궂은 아이처럼 미소를 짓고있는 강기태씨가 있었다. 나는 평소의 그답지 않은 모습에 당황하며 흔들거리는 다리를 마저 건넜다. 다 건너고 나서 뒤를 돌아보니 다리는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 고요했다.

나는 사람들에게 내가 아는 그에 대해 말해주고 싶었다. 강기태씨는 말이 없고 항상 구석에 처박혀있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지만 그게 그의 전부는 아니었다고.

강기태씨가 회사를 나가던 모습은 금방 움직임을 멈추어버렸던 다리와 달리 나에게 남아 여진처럼 계속 흔들렸다. 하지만 나를 가장 서글프게 만든 건, 해고처분 대상자가 내가 아닌 강기태씨라는 데에 안심했다는 사실이었다. 그 사실을 외면하려 할수록, 그가 내게 체중을 실어 앞뒤로 몸을 기울이는 것 같았다. 나는 그가 나간 문을 바라보면서 오래도록 흔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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